위키 글타래 관련 - 영화번역가 황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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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글타래 관련

위키 글타래 관련

위키피디아 말고도 참 여러 위키가 있습니다. 사라진 곳도 있고 이제 막 시작한 곳도 있고. 저도 번역할 때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이 자리를 빌어 양질의 정보를 쌓아주신 유저들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오늘은 죄송하지만 좀 불편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도움을 받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저는 제 이름으로 된 글타래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임시조치라는 이름으로 삭제돼 있지만 또 언젠가는 올라오겠죠. 그때도 삭제 요청을 할 거예요. 삭제 요청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번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집단지성의 유용성과 효율성은 믿지만 집단지성의 도덕성은 믿지 않거든요.

누구는 황석희가 흑역사를 지우려 하네, 법으로 입막음을 하려고 하네. 이런 말들을 하시지만 제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예요. 지금껏 많은 실수가 있었고 부끄러운 오역들도 있었죠. 앞으로도 필연적으로 실수들을 하게 될 거고요. 그런데 그게 얼마나 대단한 치부라고 법을 들먹이면서 글을 막으려고 하겠어요.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후로 일본어와 문화에 대한 무지를 깨달은 바가 있어서 특히나 일어 중역 의뢰는 모두 고사하고 있습니다.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겠지만 일어는 특히나 일어 번역가와 영어 번역가의 글맛이 많이 다르다 생각해서요.

위키에서 제 욕이 있는 경우는 거의 7년 전 번역한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때문이에요. 그 자막에서 보여준 문화적 몰이해와 오역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게 사실이니 오히려 그런 피드백은 고맙죠. 그런데도 제가 그런 글들을 삭제 요청하고 막는 건 유저들이 단순히 틀린 자막에 대한 이야기들만 작성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말도 안 되는 루머들도 써있고 온갖 모욕적인 표현에 더는 참기가 어려워서 삭제를 요청한 거죠.

번역가가 찾아가서 키배를 건다느니, 돈만 처먹고 어쩌고…(-_-;;) 물론 너무 참기 힘든 욕을 해서 인터넷상에서 싸운 적은 있죠. 상욕을 먹고도 차분하게 이성을 유지하고 대응하는 어른스러운 사람은 못되거든요. 제가 화가 나는 건 잘못을 지적해서가 아닙니다. 부하직원이 결재 서류를 가져왔을 때 서류가  잘못됐다고 그 앞에서 박박 찢고 상욕을 할 필요까진 없습니다. 잘못을 지적하면 되는 거죠. 제 경우는 제 앞에서 서류를 박박 찢어 집어던지고 상욕을 하는 경우와 비슷해요. 잘못을 했다고 해서 모욕을 당해도 싼 게 아닐뿐더러, 상대가 잘못했으니 내게 모욕할 권리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번역가의 오역이나 실수를 지적하고 아카이빙을 할 거라면 그 정보에 대해서만 작성하면 됩니다. 내용과 관계없는 모욕적인 표현이나 욕설을 추임새로 넣을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여러 위키들이 해당 위키의 특성이란 핑계로 수많은 인물들의 글타래에 그런 표현들을 방치합니다.

위키피디아엔 이런 방침이 있어요.

모든 기여자는 위키백과에 공개되는 자료가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명예를 훼손하는 자료는 발견되면 삭제하는 것이 위키백과의 정책입니다.

 

제가 원하는 건 이것밖에 없습니다. 오역에 대한 자료를 꼼꼼히 정리하셔도 좋고, 제 실수들을 한 데 모아서 글타래로 써도 좋습니다. 저는 환영해요. 그것만 보고 배워도 좋으니 저한테는 시간 절약되는 감사한 글이 되겠죠. 다만 내용과 무관하게 불필요한 명예훼손과 모욕이 있을 경우 조치를 취할 생각입니다. 어떤 분은 “소통한다더니 위키에서 입막음한다”라고도 하시는데 소통 노력과 인민재판 수락은 다른 겁니다. 쉽게 말해 소통이 테마인 마리텔에서도 챗창에 명예훼손 글 쓰시면 고소당하실 수 있어요.

소통을 하고 싶다는 말은 공공장소에서 죽창으로 온몸을 찔려도 신음 한번 안 내고 가만있겠다거나, 나와 내 가족에 대해 온갖 상스러운 모욕을 해도 넙죽넙죽 듣겠다는 말과 전혀 다릅니다. 이름이 조금 더 알려져 있다고 해서 무조건 참는 약자가 돼야 한다는 법은 없는 겁니다. 제가 제 이름으로 된 글타래를 편집하는 건 우스운 짓 같아서 그간 운영진에 몇 번이고 명예훼손 관련 표현들을 삭제해 주십사 요청했었지만 묵살하셨습니다. 방치하실 경우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하니 최근에야 조치가 된 거죠.

위에 인용한 것과 관련된 위키피디아 정책으로 “법적 위협 금지”라는 게 있습니다. 자유로운 편집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법적 조치를 들먹이는 행위를 지양해 달라는. 저도 가능한한 그게 좋다고 봐요. 그런데 그 전제는 “명예를 훼손하는 자료는 발견되면 삭제”하는 운영진의 노력입니다. 아무리 요청을 해도 묵살하시는데 더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앞으로도 저는 저와 제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발견하면 법적 조치를 취할 생각입니다. 제 실수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신 분들은 제게 직접하실 창구가 얼마든지 있어요. 아주 정중하고 성의있게 들어드리고 발전의 거름으로 쓰겠습니다. 명예훼손, 모욕이라는 단어의 정의와 기준은 생각보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단순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타인을 함부로 모욕할 권리는 없습니다.

“ㅇㅇㅇ의 번역은 후지다”라는 건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아닙니다. “ㅇㅇㅇ는 번역은 쥐뿔도 모르면서 돈 받아먹으며 자막 망치고 자랑이다”는 모욕입니다. 이 기준이 그렇게 어렵진 않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말씀을 드렸는데도 굳이 후자의 표현을 써야겠다는 분들은 어쩔 수 없죠.

그 누구에게도 타인을 함부로 모욕할 권리는 없습니다. 당사자가 모욕을 허락하지 않은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