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두줄 타기] 다이버전트 - 영화번역가 황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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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희의 두줄 타기] 다이버전트

[황석희의 두줄 타기] 다이버전트

씨네 21 기사 링크
http://www.cine21.com/news/view/group/M407/mag_id/76736

Q <다이버전트>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잖아. 원작 있는 건 번역하기 더 쉬워? ID 포짱

A 없는 것보단 낫지. 요새 <엔더스 게임> <폼페이> <노예 12년>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을 몇편 했는데 원작이 있어서 도움된 경우가 꽤 있어. 원작이 정말 유명한 경우면 원작 팬들을 위해서라도 책과 영화의 고유명사를 맞추는 편이고 어떤 때엔 어투를 빌려오는 경우도 있어. 어지간하면 원작이 있는 작품은 읽고 작업해야 해. 원작 안 읽고 번역했다가 오역이 나오거나 인물관계 설정이 원작과 많이 다르면 인터넷에서 영혼까지 탈탈 털릴걸? 열댓권 전집을 영화화한 작품이 아니라면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입장이야. 원작도 모르고 번역하는 것만큼 무성의한 것도 없거든. 그런데 반대로 소설 원작이 영화 번역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긴 해. 소설 자체에 오역이 있다거나 감독이 원작을 크게 비틀었는데 번역자가 소설에만 기대려고 할 때. 이럴 땐 원작만 믿다가 큰일나는 수가 있어. <월플라워>를 번역할 때였는데 원작 소설을 참고하다가 오역을 발견했어. 출판번역가는 아무래도 텍스트로만 판단하려니 영상을 보는 번역자보다 상황을 오해할 여지가 많거든. 우연히 해당 출판사(돋을새김) 관계자가 내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연락을 주셨어. 그 부분 이외에도 다른 부분 의견이 있으면 부탁한다고. 그 뒤로 소설 번역자와 연락을 취해서 몇번 메일도 주고받고 논의한 결과, 몇 군데 수정한 개정본을 내주셨어. 정직한 출판사와 멋진 번역가지. 존경스럽더라고. 이렇게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할 수 있는 번역가는 그리 많지 않아.

Q 그럼 영화의 말투는 원작 소설의 주인공 말투랑 다 맞추는 거야? ID 주문진최씨

A 꼭 그렇진 않아. 아무래도 텍스트와 영상은 다르기 때문에 바꿀 부분이 있어. <다이버전트>에선 남녀주인공의 존하대 관계도 바꿨고(여자가 존대를 하면 영 분위기가 안 살더라고) 각 분파에 따라 어투도 다르게 썼어. 분파에 따라 성격들이 많이 다르거든. 가령 용기를 주요 가치로 두는 돈트리스(군인, 경찰 임무를 수행)의 경우 ‘다나까’ 군대 어투를 쓰는 일이 많았어. 어휘도 아래처럼 군대식으로 바꾸고. “제군들은 전사들의 분파를 선택했다.”(You have chosen to join the warrior faction) 정직이 주요 가치인 캔더(법관 임무를 수행)는 상대를 깔보든 비웃든 속마음을 못 숨기고 돌직구를 던져. 이런 캐릭터는 같은 말이라도 아래처럼 어투를 얄밉게 쓰는 편이 좋아. “잘해보셔.”(Good luck) 그리고 남자주인공 말투가 엄청 시크해. 나쁜 남자 냄새 풀풀 나는 츤데레(겉으로는 차갑지만 알고 보면 따뜻하게 챙겨주는) 스타일이라 조금 더 말투에 힘을 줘봤어. 이런 캐릭터 좋아하거든. “뭘 믿고 말을 걸어?”(What makes you think you can talk to me?) 어투만 바꾼 건데 캐릭터가 좀 잡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