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번역 아카데미 추천? or 비추천? - 영화번역가 황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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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번역 아카데미 추천? or 비추천?

영상번역 아카데미 추천? or 비추천?

저는 지금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영상번역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에 시작한 강의가 어느덧 3기째 이어지고 있네요. 하도 메일로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서 포스팅을 작성합니다. 일단 뒤로 이어질 내용을 한 문장으로 시원하게 스포일러 터뜨리고 가 보죠. 제가 강의를 시작하면서 첫 강의 시간에 늘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혹시나 몰라서 서두에 미리 말씀드립니다. ‘출판번역, 기술번역은 영상번역과 분야도 다르고 역사도 오래됐기 때문에 제가 앞으로 얘기할 영상번역 강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포스팅에서 언급하는 강의를 출판-기술 번역 강의와 혼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dropcap type=”square” round=”yes” color=”#f5f5f5″ background_color=”#4583b3″ ]영[/dropcap]상번역 가르치는 강사가 이게 뭔 소리일까요 -_-;; 솔직한 제 심정을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지금 데뷔하는 분들은 아카데미 출신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제 주위에 직접 활동하고 계신 분들 중엔 아카데미를 나온 분들보다 그냥 맨땅에 시작한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저도 맨땅에 부딪혀서 시작한 타입이라 솔직히는 영상번역을 배우기 위한 아카데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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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번역 아카데미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

  1. 배짱과 끈기만 있으면 맨땅에서도 혼자 익힐 수 있는 분야다.
  2. 번역 소프트웨어는 한 시간만 배워도 익힐 수 있는 수준이다.
  3. 영상번역은 이론이나 체계가 없다. 통용되는 포맷만 있을뿐. 누가 ‘영상번역의 정석’이란 이름을 내건다면 사기라고 생각해도 좋다.
  4. 수많은 실례로만 익힐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 강의만 완벽히 들으면 제대로 번역할 수 있다’ 따위의 명제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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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type=”square” round=”yes” color=”#f5f5f5″ background_color=”#4583b3″ ]위[/dropcap]와 같은 이유로 개인적으론 영상번역 아카데미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저는 첫 강의에 저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영어 실력에 보탬이 되는 강의도 아니니까 첫 강의 후에 본인이 생각한 강의 목적과 다르다 생각하시면 강의를 취소하고 환불하셔도 좋다고. 그래서 첫 강의 후에 그만두는 분들도 가끔 계세요. 반대로 이런 분들에겐 영상번역 강의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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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에겐 영상번역 아카데미를 추천합니다.

  1. 번역 소프트웨어를 배울 곳이 딱히 없다.
  2.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익힐 여유가 없다.
  3. 맨땅에 헤딩하긴 두렵다.
  4. 영상번역가라는 미지의 생물이 실존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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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type=”square” round=”yes” color=”#f5f5f5″ background_color=”#4583b3″ ]번[/dropcap]역작가의 노하우라는 건 몇 가지 번역 예를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포인트 레슨은 가능하겠죠. 자주 나오는 구문의 경우나 어순 때문에 까다로운 부분을 처리하는 방법이라거나 하는. 그런데 이런 것들은 번역작가의 기술 중 아주 극히 일부입니다.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은 무조건 많이 보고 많이 번역해 보는 것입니다. 영화관과 TV에 나오는 각종 영화, 미드를 보면서 ‘저 사람은 저런 식으로 했구나’만 느껴도 굉장히 큰 공부가 됩니다. 저도 아직까지 그렇게 공부하는데요? 그 번역작가들의 자막을 보면서 배울 건 배우고 배우지 않을 건 버리면 됩니다.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불가능하다면 요샌 굿다운로드 같은 시스템이 있어서 극장 자막을 집에서도 보실 수 있으니 그 영상을 보시고 대본만 따로 구하시면 됩니다.(어지간한 대본은 인터넷상에서 구하기 참 쉽습니다)

혼자서 이런 노력을 하기 힘들다 판단하는 분들은 아카데미를 가셔도 좋습니다. 제 강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이론이 아닌 첨삭입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과제를 내주고 ‘이 부분은 이렇게 다듬는 게 좋다’라고 방향만 가르쳐 줄 뿐입니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자막의 방향이 절대적으로 옳을 순 없거든요. 표현이나 기법을 확정하고 틀에 가둬서 가르쳐 봐야 개개인의 스타일 개발 속도만 더디게 할 뿐입니다. 과제를 내주면 수강생의 자막에서 제가 생각하던 표현보다 훨씬 좋은 표현도 종종 보입니다. 수강생이라도 어떤 부분의 발상은 저보다 낫다는 거죠. 그래서 클라이언트의 눈에 준수하게 보일 자막의 형태와 내용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 이상은 의도적으로 자제하고 있습니다.

사실 영상번역작가들은 영상번역아카데미에 대한 시선이 그리 곱지 않습니다. 실례를 모두 들어가며 가르치려면 몇 년은 붙잡고 같이 번역해야 할 테고 그게 아닐 바에야 가르칠 만한 게 없기 때문이에요. 영상번역 아카데미에서 맞춤법, 띄어쓰기 강의를 하는 것도 유치하고(이런 건 번역에 앞서 기본입니다)… 강의 횟수야 늘리려면 끝도 없이 늘릴 수 있습니다. 줄이려면 두세 강의로도 줄일 수 있을 거고요. 얼마 전 타 아카데미에서 강의 제안이 왔을 때 심화 과정 개설도 생각하고 있다 하셔서 말씀드렸던 게 있습니다.

[dropcap type=”square” round=”yes” color=”#f5f5f5″ background_color=”#4583b3″ ]짧[/dropcap]은 강의도 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은데 심화 과정이니 실전 과정이니 -_-;; 방송 3사 아카데미는 강의 기간도 길고 수강료도 굉장히 비쌉니다. 이쪽은 심화 과정이라기보단 종합 과정이라 영상번역 이외의 것들도 배워서(방송 기술) 굳이 뭐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도 방송 3사 영상번역 아카데미 출신 분들 중에 번역작가 말고 PD로 일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저도 그렇습니다만 번역 아카데미에서 강의하는 강사 분들은 강사료를 보고 강의하시는 게 아닐 겁니다. 대부분 그리 강사료가 높진 않거든요. 게다가 저는 집도 일산이라 강의 나가면 오히려 금전적인 면에선 손해라 -_-;; 저야 바람도 쐬고 사람도 만날 겸(방구석 폐인 같아서…) 수강생들 풋풋한 아이디어들도 흡수할 겸 강의를 진행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번역 아카데미 강사 분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걸로 돈 벌 생각은 좀… 하… -_-

 

결론 : 영상번역 아카데미 추천? or 비추천?

[dropcap type=”square” round=”yes” color=”#f5f5f5″ background_color=”#4583b3″ ]위[/dropcap]에 제가 말한 ‘영상번역 아카데미를 추천할 수 있는 분’들은 아카데미 수업을 들으시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이곳저곳 영상번역 아카데미가 여러 곳 있습니다만 사실 가르치는 내용은 거의 비슷해서 어딜 가셔도 비슷합니다. (제가 최고의 강사고 어쩌고 이런 약은 안 팝니다 -_-;; 내용들은 비슷하니 제게 배울 분들은 오시고 다른 강사에게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다른 아카데미를 가시면 됩니다.) 나머진 세부 커리큘럼과 강사가 누군지, 혹은 다른 혜택이 있는지(우수 수료하면 첫 일감을 알선하는 강사도 있는 걸로 압니다 – 저야 이런 사업적인 수완은 없습니데이. 물어보지 마세요.) 확인하시는 거겠죠. 어디서 배우시든 내용은 비슷하니 입문 강의만 들으셔도 충분합니다. 위에 말씀드렸다시피 본인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강요하는 강의는 그리 좋은 강의라 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심화든 실전이든 입문 이상의 과정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심화 과정 듣는다고 번역 실력이 부쩍 발전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럴 시간+비용으로 입문 강의 들으시고 시장 조사해서 클라이언트를 하나라도 먼저 뚫으세요.

이번 강의는 저번 강의에 비해 수강생이 50%정도 늘었는데 첨삭이 걱정입니다. 제 작업은 언제 하나 싶어서…(저도 번역해서 먹고 살아야죠 ㅠ) 다음 강의에선 이 이상 수강생은 늘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첨삭할 과제물 많다고 제 강의 듣지 말라고 투덜대는 건 아닙니다;; 저야 수강생 적으면 적은대로 많은면 많은대로 같이 놀자 하는 날라리 강사라 -_-;; 이게 센터 관계자 분이 보시면 안 좋게 보실 수도 있는 포스팅인데… 뭐 괜찮습니다.(실은 what the hell -_-;;) 강사가 속내를 보여야 수강생들도 따라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