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바디스(warm bodies) 번역 후기 - 영화번역가 황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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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바디스(warm bodies) 번역 후기

웜바디스(warm bodies) 번역 후기

트레일러의 승리

 

[dropcap type=”square” round=”yes” color=”#f5f5f5″ background_color=”#4583b3″ ]웜[/dropcap]바디스는 뻔한 좀비물 같이 보이지만 아주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출발부터 굉장히 특이한데요. 아이작 마리온이라는 소설 작가가 처녀작으로 웜바디스를 쓰고 ‘북트레일러’라는 독특한 발상을 꺼냅니다.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기도 전에 본인이 출연한 북트레일러를 유투브에 올린 거죠. 결국 이 북트레일러가 대단한 히트를 쳤고 원고를 출판사로 넘기기도 전에 영화화 판권 계약이 돼 버립니다. 이 정도만 해도 출발부터 심상치 않죠?

처음 번역 의뢰를 받고 다음 날 서점 갈 일이 생겨서 겸사겸사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책이 재미있어서 반나절만에 다 봤어요. 책은 위트가 철철 넘치지만 진중하고 철학적인 대사들로 빼곡했습니다. 예술가들이 궁극적으로 늘 던지는 질문이지만 삶과 죽음, 사랑, 희망에 대한 고찰, 인간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 시대적 패러다임과 그에 따른 다양한 메타포들이 쉴틈 없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역시 처녀작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처녀작을 내는 작가의 욕심이 조금 과했다고 할까요. 너무 많은 걸 넣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또 이게 그리 어색하거나 불편하진 않습니다. 의외로 정리를 잘해서 예쁘게 버무린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소설 VS 영화

[dropcap type=”square” round=”yes” color=”#f5f5f5″ background_color=”#4583b3″ ]영[/dropcap]화에선 원작의 철학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이 빠졌습니다. 독특한 로맨스물인만큼 유머 코드가 많이 삽입됐고 메인 테마의 곁가지들을 깔끔하게 쳐냈습니다. 결론적으론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작품의 분위기는 훨씬 가벼워졌지만 로맨스물이 무거울 순 없는 거니까요. 가끔 툭툭 치는 대사들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번역하다 말고 혼자 킥킥대고 웃었어요. 전형적인 미국식 유머인데요. 아직까지 고민 중인 대사들이 몇 개 있습니다. 정말 빵 터지는 부분인데 막혀서 아직 안 나온 대사가 몇 개 있거든요. 고민 중입니다 -_-;;

아무튼 결론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지가 번역한 영화 당연히 재밌다고 하겠지…’라고 하시겠지만 정말 재밌습니다 ㅎㅎㅎ. 미국에서 관객이 떨어지기로 유명한 슈퍼볼 위크앤드에도 혼자 2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압도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2월 1일에 개봉해서 라이벌 작품들을 누른 채 여전히 독주 중입니다. 한국에서도 통할까요? 제가 보기엔 통할 것 같습니다. 재밌다니까요 ㅎㅎㅎ.

연인과 보시면 좋을 것 같고 연인이 없으면 친구랑 웃으며 보셔도 괜찮을 영화예요. 이제 곧 최종 번역을 마치고 3월 중 개봉 예정입니다. 많은 관람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