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런”을 보고 읽으면 소름 돋는 글.

영화 “런”을 보고 읽으면 소름 돋는 글.

내용 자체가 스포일러니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사실 소름까지 돋을 글은 아니에요.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좀 끌어봤습니다. -_-
영화 보고 오신 분들은 재밌게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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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색깔.
    보라색 – 클로이의 색. 희망과 긍정을 의미.
    워싱턴 대학교의 대표 색. 클로이의 방에 있는 W 자수가 있는 담요를 비롯해 각종 워싱턴 대학 굿즈가 모두 보라색입니다. 엄마가 사온 초콜릿 포장지도 보라색이죠. 마지막 계단에서 보는 대학 광고도 보라색입니다.
클로이의 방 벽에도 붙어 있는 워싱턴 대학 슬로건
녹색 - 다이앤의 색. 망상 혹은 집착을 의미.
벙원에서 갓 아이를 낳고 누워 있을 때 다이앤을 둘러싸고 있는 의사들의 녹색 가운, 그리고 녹색빛 조명. 집에서 클로이와 다이앤이 함께 있는 장면의 색감은 80년대 필름 사진처럼 녹색 빛이 돕니다. 트리곡신 캡슐 색도 녹색이죠. 지하실에 클로이가 들어가 문을 잠근 지하실 문도 녹색이고 병원에서 클로이를 빼돌릴 때 클로이를 덮은 담요도 녹색입니다. 녹색과 다이앤이 결부된 장면이 많다 보니 프라이팬에 넣고 볶는 커다란 피망이라거나 깔끔하게 정돈된 토마토 밭의 녹색까지 신경이 쓰일 지경이죠.
2. 사라 손
마지막에 병원에서 클로이에게 크래용을 쥐어주던 간호사는 <서치>에 마고의 엄마 팸으로 등장했던 사라 손입니다. 손담비 씨, 가희 씨와 함께 애프터스쿨의 전신인 걸그룹에서 활동했던 분이죠.

3. 존 조
클로이가 엄마와 보러 갔던 영화의 제목은 "Breakout(탈출)". 극장 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면 존 조 얼굴이 보입니다. 극장에서 목소리로만 등장하지만 열심히 액션 씬 대사를 치고 있는 주인공은 존 조입니다.

4. 토니 레볼로리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파프롬홈에 등장한 재수 없는 친구 "플래시"를 기억하시나요? 클로이가 다급하게 411을 통해 전화를 연결하다가 결국 랜덤으로 전화를 걸어 전화를 받은 브루클린의 어떤 남자에게 "트리곡신"에 대해 검색해 달라고 하죠. 바로 그 남자가 토니 레볼로리입니다.
5. 아니쉬 차간티
이 영화에는 감독도 등장합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첫 번째는 클로이가 집에서 걸었던 411의 녹음된 안내 음성이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목소리입니다. 테이블 리딩 때 감독 본인이 411 안내 직원 역과 브루클린 남자 역을 했다고 해요. 본인은 결국 토니 레볼로리가 맡게 된 브루클린 남자 역까지 욕심이 나서 정말 열심히 했으나 411 안내 직원 역밖에 따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목소리 말고도 본인이 직접 출연한 장면도 있습니다. 클로이가 약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약국에 갔을 때 약사와 대화하던 도중 약국 문이 열리고 벨 소리가 울립니다. 이때 뒤 돌아보면 어떤 인물이 핸드폰을 보며 걸어들어오죠. 바로 이 아저씨가 아니쉬 차간티입니다.

6. 캐시 베이츠
클로이가 찾아간 약사의 이름은 캐시 베이츠. 납치, 감금극의 전설 <미저리>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의 이름입니다.
7. fish_n_chips
영화 <서치>에 등장했던 한나를 기억하실 겁니다. 인터넷 모델이죠. 마고가 들어가던 채팅방에서 fish_n_chips라는 닉네임의 프로필 사진이기도 했고요. 이분이 워싱턴 대학 광고 모델로 등장합니다. 클로이가 인터넷으로 검색할 때 한 번, 마지막 에스컬레이터 씬에서 대형 전광판에 한 번. <서치>에서도 그렇게 온갖 광고 사진을 다 찍으시더니 워싱턴 대학교 광고 사진도 찍으신 모양입니다.
8. Fake news
클로이와 엄마가 극장에 갔을 때 극장 전광판에 "Fake News coming soon"이란 문구가 있죠. 지금 아니쉬 차간티 감독과 세브 오헤이언 작가가 구상 중인 차기작 제목이 "Fake news"입니다.

9. 감독의 도발
아니쉬 차칸티는 <서치>에서 극초반에 진범의 이름과 인적정보를 모니터에 띄우는 대담한 장난을 치죠. 이 작품에서도 똑같은 장난을 칩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6분 30초도 안 돼서 클로이의 다리가 마비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대놓고 관객들에게 보여줍니다.
이 장면에서 다이앤이 클로이의 오른쪽 다리를 90도 넘게 굽히는 순간, 클로이의 왼쪽 다리, 정확히는 무릎이 움찔하고 무릎 반사를 일으킵니다. 다리가 움찔하자 다이앤이 저 자세에서 고개를 돌려 클로이의 무릎을 슬쩍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돌리죠. 불쌍한 클로이는 다리에 감각이 없어서 그 반사를 느끼지 못합니다. 마술사의 트릭과 아주 유사합니다. 관객의 시선을 두 인물의 머리와 클로이의 무릎에 집중시키고 정작 가장 중요한 사건은 정확히 반대쪽에서 일어나게 하는 거죠. N차 관람을 하시면 명확히 보실 수 있을 겁니다.
10. 등의 흉터
샤워 신에서 보면 다이앤의 등엔 흉터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긴 흉터인지 감독은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지만 보통 등의 흉터는 어린시절 학대를 암시하죠. 혹은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중세 가톨릭 수도사들이 참회, 속죄할 때 가시가 달린 채찍으로 자신의 등을 때렸던 고행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 내내 다이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거든요. 인슐린을 맞는 딸을 쳐다보는 표정이라거나 이 샤워 씬도 그렇고 모두 걱정과 불안, 심지어 연민으로 읽힐만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추가: 사라 폴슨이 인터뷰에서 다이앤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은 캐릭터라고 밝혔습니다. 납치해 온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였더라도 클로이에게 한 짓과 같은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더군요.
11. 클로이의 옷
클로이는 유난히 가로 줄무늬 옷을 자주 입고 등장합니다. 마치 죄수복을 떠올리게 하는 옷이죠.
12. 뮌하우젠 신드롬 바이 프록시
본인의 반려동물이나 아이가 아픈 것으로 가장하여 주변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정신질환. "뮌하우젠 신드롬"은 본인이 아픈 것을 가장(꾀병)이고 "바이 프록시"는 "대리하여"라는 뜻입니다. 실제 있는 증상이며 미국에선 2015년에 이 정신질환과 관련된 초대형 사건이 터지기도 했죠. 디 디 블랜차드가 딸인 집시 로즈 블랜차드를 이 영화와 똑같이 키운 사건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온갖 병이 있다고 딸과 주변 사람을 속여서 휠체어를 태우고 온갖 약을 먹이고 대머리로 만들고 호흡기까지 달고 자게 했죠. 17살이 넘어서야 모든 게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 집시 로즈는 인터넷에서 사귀게 된 남자친구에게 엄마를 죽여 달라고 사주해 엄마를 살해하고 복수를 완성합니다. 남자친구는 1급 살인으로 종신형을, 집시 로즈는 2급 살인으로 10년형을 받았습니다. 이 실화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Hulu에서 방영됐습니다 ."The Act"
13. 이밖에도 이스터에그와 복선이 꽤 많을 거예요. 제가 다 못 찾은 거죠. 저도 상당 부분은 번역 후 외신 기사에서 알았습니다. 더 찾게 되면 또 업데이트할게요. 윗 내용들은 N차 관람을 하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