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 N차 관람자를 위한 글(강스포) - 영화번역가 황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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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홈커밍- N차 관람자를 위한 글(강스포)

스파이더맨: 홈커밍- N차 관람자를 위한 글(강스포)

N차 뛰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데드풀 때처럼  N차 관람 때 소소한 재미가 될 부분을 몇 개만 적어드리려고요.


1. 자막에 이모지가 두 개 있습니다.

: 이건 워낙 알려져서 아시는 분이 많을 것 같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써요. 초반에 피터가 해피에게 문자 보내는 장면에서 👊, 후반에 교내방송 인터뷰 중에 한 학생이 흥분해서 말할 때 😺(그 캐릭터의 입에도 고양이 이모지가 떠요).

 

2. 이상한 탈을 쓴 학생이 뛰어다님.

: 학교 장면에서 뒷 배경으로 희한한 동물 탈 같은 걸 쓰고 뛰어다니는 학생이 두 번 나옵니다. 호랑이 탈이에요. 미드타운 과학고의 마스코트가 호랑이고 스포츠 팀 이름도 타이거즈예요. 미드타운 타이거즈. 그리고 스파이더맨 원작에선 MJ가 “Go get ’em tiger!”라는 말을 종종 해요. “힘내! 기운내!”등의 뜻인데 그후로 여러 영화에서 인용되기도 했죠.

 

3. 피똥 파커

: 플래쉬가 피터를 “피똥 파커”라고 놀리는 대사가 종종 나오는데 정확한 대사는 “Penis Parker!”예요. peanut처럼 들리는데 penis의 미국식 발음이 “피너스”와 비슷하기 때문에 그래요. penis를 피똥으로 번역한 이유는 이게 아주 전형적인 아이들의 놀림 방식이기 때문이에요. 전세계 어디든 아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죠. 저는 황씨라는 이유로 별명이 “황개”였어요. 아니,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황씨라 황개 -_-. 이런 경험 많이들 있으시죠? 김보미라면 김봉댕 같은… 말도 안 되는 -_-;;. 피터 파커도 비슷해요.

피터 파커
피너스(penis) 파커

별 의미 없이 발음이 닮은 단어를 가지고 놀리는 거죠. “피터 파커” and “피똥 파커”. 피똥은 피터와 발음의 유사성, 라임을 맞추기 위한 선택이에요. 피똥 파커를 빠르게 여러번 읽어보세요.

 

4. ATM 강도

: 피터가 ATM 강도들과 싸울 때 전광판의 광고 문구가 자막으로 나옵니다. “명의 도용당하셨습니까? 우리에게 맡기세요” 여기서 명의 도용은 짝퉁 어벤져스에 대한 위트예요.

 

5. 툼스

: 첫 장면에서 툼스가 딸의 그림을 보며 얘기할 때 이런 대화가 오가죠. 동료가 “그래도 미래가 밝은데?”(The kid got a future)라고 하자 툼스가 어벤져스 타워를 올려다보며 “두고 봐야지”라고 말합니다. 동료가 말한 future는 미래, 혹은 장래성으로 해석되죠. “미래가 있군, 장래성이 있군” 이 뜻이죠. 이 대사에 “두고 봐야지”라고 답하는 툼스의 심리를 잘 생각해볼만 해요. “우리 같은 흙수저에게 쟤들처럼(어벤져스) 미래가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라는 냉소적인 심리가 엿보이는 대사죠. 저는 벌처가 이렇게 심리와 동기가 명확한 빌런이라 참 좋아해요.

 

6. 슈트 누나

: 슈트 누나 캐런은 제니퍼 코넬리라는 배우의 목소리고 어벤져스에서 비전을 연기하는 폴 베타니와 부부 사이입니다. 캐런과 자비스는 부부라는 소리죠.

 

7. 요잇!

: 여객선에서 피터가 악당들의 열쇠를 빼앗으면서 내는 소리가 있습니다. 자막에는 “요잇!”으로 나가고요. 이건 의성어가 아니라 실제로 있는 단어예요. “Yoink”라는 단어고요. 누군가를 속이거나 골탕먹였을 때 신나서 하는 소리예요. 원래 발음은 “요잉크”와 비슷한데 저는 음차 번역처럼 “요잇!”으로 바꿔서 썼어요. 제가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써먹는 기술이에요. 데드풀에서 “shit fuck!”을 “씨박!”으로 번역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8. 해피

: 초반에 차 타고 가면서 피터가 “근데 왜 이름이 해피예요?”라는 장면이 있어요. 여기서 대사의 뉘앙스는 “맨날 이렇게 짜증만 내고 인상 찌푸리는데 왜 남들은 아저씨를 해피라고 불러요?”예요. 한 번 보셨을 때는 뉘앙스가 확 안 들어올 수도 있어요.

 

9. 개판치다

: 토니가 피터에게 “네가 개판쳤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죠. “screw the pooch”라는 표현이에요. “일을 망치다, 빈둥대다”라는 뜻인데 이게 직역을 하면 묘하게 섹드립이 됩니다. pooch는 개, screw는 sex로 종종 해석되거든요. 어쨌든 홈커밍에서는 개와는 1도 상관없이 그저 일을 그르쳤다는 뜻으로 쓰이는데 토니가 말이 꼬인 건지 말하다가 의식의 흐름대로 막 뱉은 건지 “screw the pooch”라는 대사 다음에 개를 진료소에 데려다줬다느니 잡종개를 데려다 키웠다느니 하는 희한한 길로 빠져요. 별 실없는 대사이긴 하지만 알고 보면 이런 내용이라는 것. 저도 뒷 대사에 개 얘기로 빠져서 어떻게든 개와 연결시키려고 ‘개판’이라는 단어를 찾아냈어요. 저도 번역 중에 갑자기 개 얘기가 나와서 당황했답니다.

 

10. 왓더ㅍ…

: 메리 숙모의 마지막 대사는 “what the F…”이에요. 자막엔 “뭐야 ㅆ…”로 나갔는데 “왓더ㅍ…”의 직역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1. 선생님 대사

“다시는!”(Not again!)이란 대사를 해요. “다신 학생들을 잃을 수 없다”라며. 관객분들이 이걸 어떤 떡밥을 암시하는 대사라거나 과거에 어떤 사건이 있던 것으로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상관없습니다. 과거에 아무 일도 없었고, 본인이 어떤 활약을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뭔가 있던 것처럼 폼 잡는 소리예요. 허세 + 뭔가 엄청난 과거가 있던 것처럼 뻥침. 간단히 이거죠. 그 대사와 동시에 카메라 줌업이 들어가고 선생님이 뜬금없이 진지한 표정을 잡는 게 킬링 포인트입니다. 아주 전형적인 미국 개그예요. 미국 시트콤 보시면 종종 나옵니다.

 

12. 데드풀

: 아이들이 강당에서 스파이더맨의 정체에 대해 말할 때 그런 대사가 나와요. “가면을 벗으면 맨얼굴은 화상이 엄청 심하다거나”. 이건 데드풀을 떠올리게 하는 감독의 위트예요.

 

13. 그외

: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길고 많은데 제가 일일이 적을 순 없고 아로니안님의 블로그에 가시면 아주 놀라운 이야기들을 많이 보실 수 있어요. 각각의 캐릭터가 그냥 나온 캐릭터들이 아니거든요.

그럼 즐거운 N차 관람 되세요. 🙂